[텅 빈 냉장고] 가에탕 도레뮈스 글그림/박상은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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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우리 함께 먹을까요?”
이웃이 건넨 말 한마디에 행복이 마법처럼 커지는 이야기
2015 볼로냐 라가치상 ‘Book & Seeds’ 수상작
2015년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인 《텅 빈 냉장고》는 독특한 판형(모양)과 세련된 그림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다 함께 나누는 음식’이라는 소재를,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 속에 녹여 예술적이면서도 개성 강한 그림책 한 권이 탄생했습니다.
세로로 길쭉한 책 판형은 각각의 층에 살고 있는 이웃들의 모습을 하나씩 보여 주면서, 동시에 여러 가지 재료들을 칸칸이 담고 있는 냉장고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더해지는 색깔의 변화입니다. 가난한 거리의 악사 앙드레이 할아버지가 먹을거리를 찾아 한 층씩 올라가면서 오렌지, 노랑, 초록, 빨간색 등이 더해지고, 마침내 알록달록 화려한 색깔이 모두 어우러져 펼쳐집니다.
한 층을 올라갈 때마다 더해지는 색깔은 당근, 치즈, 밀가루, 쪽파, 토마토 등의 재료를 나타내는 색깔이자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웃들을 나타내는 색깔이기도 합니다. 크림색 바탕만 깔린 첫 장에서 하나씩 색을 더해 가다 마침내 펼쳐지는 화려한 색색의 향연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풍부하고 아름다운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 책에 대한 해외 서평]
이 책은 이웃을 만들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며, 기꺼이 나누어 먹는 음식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 음식은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게 하며, 더불어 살아가게 만드는 기회가 된다. 마치 다 함께 만들어 낸 맛있는 파이처럼 말이다._볼로냐 라가치상 심사평 중에서
크림색 바탕에 간결하면서도 멋진 선으로 그린 그림에 생동감 넘치는 색을 입혔다. 이 책은 ‘함께 모여서 나누는 것’을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그려 냈다._키즈 북 리뷰 중에서
이웃과 함께 힘은 합하고, 행복은 나누기로 해요
맨 아래층에 사는 앙드레이 할아버지. 어느 날 밤, 배고픈 거리의 악사에게는 말라빠진 당근 세 개가 전부입니다. 할아버지는 당근 세 개를 들고 윗층에 사는 나빌 아저씨를 찾아갑니다. 그렇게 위로 위로 올라가며 ‘모자란 재료로 뭘 만들어 먹을까?’를 함께 고민하는 동안각자 ‘뿔뿔이’ 살아가던 사람들은 비로소 ‘함께’ 요리하면서 진정한 ‘이웃’이 됩니다.
맨 꼭대기 층으로 올라간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들이 가져온 재료들을 합해 파이를 만들기로 결정하는 과정은, 따뜻하고 즐겁습니다. 그리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이러 해야 하지 않을까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마침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가 되었어요.
로진 할머니와 사람들은 거실에 둘러앉았어요.
모자란 재료로 무엇을 만들지 좀 더 궁리해 봐야 하니까요.
사람들은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갑자기 로진 할머니가 벌떡 얼어서더니, 환하게 웃었어요.
“옳지, 이 재료들로 파이를 만들면 어때요?
밀가루를 반죽해서 오븐에 넣기만 하면 되잖아요.
자, 어서요! 필요한 건 다 있어요.”
“와아! 좋아요!”
모두 신나서 부엌으로 몰려갔지요.
모두 힘을 합해 파이를 만들고 있을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여기저기 아파트와 거리마다 사람들이 모여 특별한 파이를 만들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행복한 결말을 향해 가던 이야기는 현실에서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반전을 숨기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배고픈 앙드레이 할아버지의 꿈이었다며 실망하는 순간, “앙드레이 할아버지, 저녁 같이 드실래요?” 하며 부르는 나빌 아저씨의 다정한 목소리. 이것은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이 쉽지 않지만,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메시지를 조용하고도 강하게 전해 주고 있습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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